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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대한 개츠비 "성공, 사랑, 죽음" 본문
위대한 개츠비가 재미있다고 군 시절 고참이 그랬었다.
그 당시 나의 관심사는 성공 서적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때는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 지가 궁금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야 위대한 개츠비를 펼쳐보게 되었다. 아마 그 시절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다면 나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을 읽다 말고 이런저런 엉뚱한 상상에 빠지곤 하는데, 개츠비를 읽는 동안에는 더 자주 사념에 잠겼던 것 같다. 그야말로 인생무상. 사람들은 어떤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비로소 움직인다. 그런데 그 가치에 혼란이 야기될 때, 깊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우리의 마음은 어느 순간 안정을 찾았다가도, 자신도 모르는 순간 깊은 수렁속으로 곤두박질 칠 때가 있다. 개츠비는 많은 것들을 이루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랑에 발목이 잡힌다. 아니, 사랑이 그의 성공의 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개츠비는 작가의 감성이 돋보이는 소설로 느껴진다. 작가와 감성의 대화, 감성과 이성의 조화, 작가의 표현력이 등장인물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플롯도 훌륭하다.
문학동네의 '위대한 개츠비'에 주목할 점은 소설가 김영하씨가 옮겼다는 것. 책벌레인 나의 누나가 좋아한다는 김영하 소설가. 책을 구매 할 당시, 나는 "싼걸로 사면 되지 왜 굳이 비싼책을 사" 라고 말했지만, 개츠비를 덮고 난 후, 지금은 소설가들이 번역한 고전들을 수북히 쌓아 놓고는 하루종일 읽고 싶은 기분이다. 뒷부분의 서평을 먼저 읽고 난 후 책을 읽으면 위대한 개츠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개츠비의 배경은 1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주인공인 제이 개츠비는 신생 강대국인 미국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자신의 꿈을 현실화 한 청년.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신생제국 미국. 미국인들이 이 소설을 좋아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개츠비에서는 로맨스도 비중있는 부분으로 작용 하는데, 옛날 옛적부터 이어오던 귀족과 평민의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맨손으로 이루어 낸 개츠비, 한 여자를 향한 무조건적인, 순수한 사랑. 맨날 드는 생각이지만, 여자들은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듯 보인다. 개츠비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상인 데이지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는 평소 내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데,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난 후, 작은 혼란이 느껴진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더 사랑했을까? 아니면 데이지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한 자신을 더 사랑했을까?
과대평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지만, 김영하 소설가가 번역해 준 위대한 개츠비는 나에게 여러종류의 긍적적인 감흥들을 안겨 주었다.
위대한 개츠비
- 저자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출판사
- 문학동네 | 2009-12-1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탁월한 미국 소설소설가 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