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R BOX
긴머리에 굵은 웨이브 펌을 하겠다는 나의 X조카 본문
얼마전 발리에서 돌아온 나의 동갑내기 조카가 머리를 해야겠다고 나에게 말을 했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S컬이 들어간 펌을 할지, 볼륨매직을 할지, 아니면 염색을 할지를 고민중이라고 했다. 조카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보니 조카가 제일 하고싶은 머리는 컬이 굵은 S컬 펌이었다. 그런데 보통 미용실에서 조카가 말한 이미지의 펌을 문의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비슷했다고 한다.
"고객님 그 헤어 스타일은 드라이로만 가능하세요~"
컬이 심하게 굵은 웨이브-펌은 드라이로만 가능한가 보다. 그래도 펌은 꼭 해야 겠다고 했다.
같이 점심을 맛나게 먹고 내 전용 미용실로 향했다. 조카는 인천 구석탱이에 사는데, 건대에 위치한 미용실까지는 엄청 멀고도 험한 여행이었다. 머리가 꼭 성공해야 할텐데...
미용실에 도착 했는데 원장쌤이 안보였다. 내 전용 미용실 헤어박스는 비교적 작은 곳인데, 원장쌤을 제외 하고도 디자이너 쌤이 두명이나 더 있다. 이곳은 항상 분주하다.
준비된 이미지를 가지고 어떻게 펌을 진행할지 이런저런 상담을 했다. 보통 여자 손님들 중 다수는 손상된 머릿결을 가지고 있다. 손상된 머릿결은 원하는 헤어스타일에 큰 장애물이다. 헤어스타일 이전에 건강한 머릿결을 유지하는게 더 중요한듯 보였다.
조카도 머릿결이 많이 상한 케이스였다. 원장형은 상한머릿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더 신경쓴다. 그런데 오늘은 원장형이 없었다... 헐.
사실 헤어박스에 오랫만에 방문하는 조카를 디자이너 쌤들 한테만 맡기는건 좀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는 일. 우리는 시간이 없었다. 나는 보통 머리하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 머리를 손질하는 건 신성한 일이다. 꼭 시간이 많이 들어가야 좋은 머리가 나오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시간에 쫓기는건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꼭! 여유있게 오도록.
펌을 끝내고 커피를 한잔 하며 조카와 머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대만족은 아니지만 괜찮다고.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유난히 여자들 머리에 눈이 갔다. 그런데 웃긴게 열에 아홉은 펌을 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봄이되면 머리를 못살게 굴어야 되나보다.
머리를 못살게 구는것도 좋지만 머릿결은 봐가며 못살게 굴도록 하자. 아무리 실력 좋은 미용사라 하더라도 머릿결에 영향을 받는것은 확실해 보인다.
당신의 머릿결은 소중하니깐요